근래 스쳐 지나가는 봐도 그만 안 봐도 그만이라는 액션 영화들이 많이 나와서 안 본게 많은데 '루퍼'는 초기 반응이 많이 뜨거워서 기대감이 좀 있었다. 반짝반짝한 SF 영화 하나 나왔나 하고. 조셉 고든 레빗, 브루스 윌리스가 주연인 점도 기대를 높이면 높였지 디버프 요소는 아닐 것이고.


잘 몰랐는데 시간 여행을 소재로 한 내용이었다. 닳디 닳았을 것 같지만 한 편으로는 무궁무진한 소재. 처음에 조셉 고든 레빗이 주저리 루퍼라는 직업과 배경에 대해 설명해주고 루퍼들의 삶과 루퍼에게 벌어지는 일들이 나오는데 사실 이것만으로도 꽤 흥미로웠다. 그리고 영화가 편집이 잘못되었나? 라는 생각이 찰나 들 수도 있는 장면이 나오면서 영화는 정말 갑자기 다른 물살을 탄다. 이 분위기 반전은 정말 재미있었다.


그 속에서 이 영화가 시간 여행이라는 재료로 만든 것은 '미래의 나를 만나는 일'. 실제로 미래의 나를 만난다면, 굳이 미래의 내가 아니어도 또 다른 나를 만난다면 어떻게 대해야 할 지 상상이 안 가는데 영화 속의 조가 미래의 조를 대면하는 장면에서도 본인이 본인을 만나고 있다는 사실이 잘 와닿지 않았다. 알고 보는데도, 모르는 사람이 보듯 아버지와 아들 같고. 어쩌면 결국 그게 영화에서 중요한 장면이고 주제가 담겨 있는 것 같다는 생각이 든다.


이런 드라마가 많이 강조되어 있는데 사실 상대적으로 액션이 부족해서 그렇게 보이기도 하는 것 같다. 이 영화 제작비가 상당히 낮은 영화다. 제작비 문제 때문에 영화의 중요한 로케이션까지 바꿔버렸을 정도이니.. (갑자기 끼어든 것 같은 나라가 바로 제작비 때문) 많은 사람들이 지적하지만 다이하드 떠올리게 하는 막무가내식 액션 씬도 있고. 그리고 역시 가장 큰 단점은 원하는 것을 위하여 설정의 남용이 편의적으로 이루어졌다는 점. 많은 것들이 끼워 넣어진 느낌이 있다. 어차피 시간 여행 자체가 모순이 있을 수 밖에 없는 내용이고 중요한 것은 그게 아니니 설정 상 모순 또는 무리한 설정이 별로 거슬리지 않는다고 하는 사람, 그리고 설정 상 구멍 때문에 몰입과 이입이 방해 받는다는 사람이 나뉘기 딱 좋은 정도의 수준으로 남용한 것 같다. 왜냐하면 이걸 덮을 정도로 매력적인 이야기를 가지고 있는 영화이기 때문이다  한 번 더 보면 어느 쪽에 가깝게 느껴질까? 아마 한 번 더 보고 싶다는 생각이 드는 것 자체가 이미 전자에 가까운 것 같다. 그리고 한 번 더 볼 유인이 충분한 이유. 라이언 존슨 감독이 코멘터리 파일(링크)을 인터넷에 올려 버렸다. 이어폰을 꽂고 이걸 들으며 영화를 보면 된다.. 완전 매력적인 재관람 유도. 물론 문제는 영어라는 것. 그래도 한 번 시도해볼까..?


최고다라고 느껴지지는 않지만 반짝반짝한 부분이 있는 영화다. 이래저래 감독의 전작이 보고 싶어지고 차기작을 기대하게 하는 영화다. 물론 이 영화를 한 번 더 보고 싶은 마음도 들게 하는 영화다.




루퍼 (2012)

Looper 
8.4
감독
라이언 존슨
출연
조셉 고든-레빗, 브루스 윌리스, 에밀리 블런트, 폴 다노, 자니 영 보쉬
정보
SF, 액션 | 미국 | 119 분 | 2012-10-11




다큐멘터리라는 형식이 주는 특징 중 하나는 실제 있었던 일이라는 점이 주는 감동의 배가이다. 이 영화야 말로 다큐멘터리의 이런 장점이 극대화된 작품이 아닌가 싶다. 아무도 관심 갖지 않은 두 장의 앨범이 만들어 낸 기적 같은 이야기. 그 전설 같은 음악들이 영화 내내 배경음악으로 깔리는 건 보너스. 단서를 좇는 추리 극영화 같이 진행하는 면이 있기 때문에 스포일러를 조심하고 보는 것이 훨씬 재밌을 것이다.

밀려오는 감동에 보면서 울기도 많이 울었지만 연출된 장면들이 좀 있는 것도 사실이긴 하고 감동을 위하여 편집을 좀 교묘하게 이용했다고 해야 할까. 이건 어쩌면 장점일 수도 있겠다.





서칭 포 슈가맨 (2012)

Searching for Sugar Man 
9.5
감독
말리크 벤디엘로울
출연
말리크 벤디엘로울, 로드리게즈
정보
다큐멘터리 | 스웨덴 | 86 분 | 2012-10-11




요새 핫하다는 배우들만 모여 있고 그 배우들이 보여 주는 각인각색의 매력이 있는 영화다. 베인의 향기가 아직 묻어 있는 포레스트(톰 하디)의 무게감이 상당하다. 아주 짧은 분량에도 인상적인 게리 올드만은 말할 것도 없고. 소녀 같기만 하던 미아 바시코프스카와 제시카 차스테인 역시 각자대로 스타일의 매력 대결에 여념이 없는 듯 하다. 음 그러고 보니, 하워드(제이슨 클라크)는 그렇다 쳐도 '크로니클' 데인 드한은 포스터에 있을 법한데..?

다만 이야기가 너무 많이 본 듯한 이야기라 해야 하나. 많이 본 듯한 전개라고 해야 할까. 배우들의 좋은 연기가 만드는 한 씬 한 씬들이 매력적으로 이어 붙여져 멋진 이야기를 만들어 내지를 못하고 있었다. 약간은 아방가르드하게까지 느껴진 클라이맥스 씬까지.. 결말 씬 자체도 훈훈하지만 '로우리스'한 '나쁜 영웅들'의 결말로 적합한가하는 생각이 든다. 그것이 현실이라는 자조적 의미라면 공감할 수 있겠지만 그렇게 보이진 않았기 때문에. 물론 그런 결말 씬을 보여주는 이 영화의 전체적인 시각은 일관성이 있긴 하다.

그리고 여자 캐릭터들을 대하는 시선에서 느껴지는 마초즘이 시대와 내용 상의 수준을 넘어 언뜻 각본 자체에서 느껴 진다. 차라리 '범죄와의 전쟁'처럼 아예 여자 주인공이 없는게 낫지 않았을까 싶기도 하다. '범죄와의 전쟁'과 이야기가 일면 비슷한데 (부제 붙이는 모습도..) 차라리 솔직하고 반성적인 그 쪽의 시각이 좀 더 끌린다.




로우리스: 나쁜 영웅들 (2012)

Lawless 
7.3
감독
존 힐코트
출연
샤이아 라보프, 톰 하디, 게리 올드만, 가이 피어스, 제시카 차스테인
정보
액션 | 미국 | 116 분 | 2012-10-18




6살 때 소아마비에 걸려 몸을 전혀 움직이지 못하는 남자 마크 오브라이언과 그의 섹스 테라피스트 셰릴의 이야기. 마크가 총각딱지를 떼어보려고 다짐한 이후로 여러 시도를 하다가 결국 섹스 테라피스트의 도움을 받기 시작한다는 내용인데 다분히 논란의 여지가 많은 이슈이지만 유머러스하게 풀어나가기 때문에 보기 불편하지는 않다. 마크가 고해성사 및 조언을 위하여 신부님을 계속 찾아 가는데 세 주인공의 연기가 다 좋아서 마크와 신부님의 대화, 마크와 셰릴의 '세션' 둘 다 즐거웠다. 이 둘이 자꾸 반복되는 구조가 조금 단조롭게 느껴지긴 했지만 결말은 많은 감동을 주었다. 엔딩 크레딧에 극 중 삽입된 시들의 작가가 마크 오브라이언이라고 나오는 것을 보고 한번 더 울컥했는데 포스터에도 써 있긴 하지만 실존 인물의 이야기라는 걸 처음엔 몰랐었기 때문이다. 영화 오프닝이 주인공 마크 오브라이언에 대한 뉴스 클립인데 보고도 실제 뉴스인지 실제처럼 만든건지 긴가민가했었다. 그래서 '세션'의 엔딩 크레딧은 내가 본 것 중 가장 슬픈 엔딩 크레딧이 되었다.





평범하게 살던 생선장수가 리얼리티 쇼에 출연 신청을 하고 나서 변해가는 모습을 그린 내용인데.. 뭔가 초반부터 너무 산만하고 좀 어수선하게 느껴지더니 내용이 좀 진행되고 나서는 그냥 너무 재미가 없었다. 조금 그럴 듯하게 가는 듯 했지만 점점 전혀 말도 안 된다고 느껴지면서 그나마 나던 실소마저 무표정으로 바뀌어 처음으로 극장에서 중간에 나가고 싶다는 생각이 들다가 그래도 영화를 끝까지는 봐야지 하며 결국 뭔가 있어 보이지만 사실은 그냥 정신 나간 것 같은 결말까지 봐 버렸다. 그래도 재밌게 본 사람도  많은 것 같은데 칸 영화제 심사위원대상도 받았다고 하고.. 난 왜 이렇게 재미가 없었을까.



리얼리티

Reality 
0
감독
마테오 가로네
출연
클라우디아 제리니, 파올라 미나치오니, 난도 파오네, 치로 페트로네, 아니엘로 아레나
정보
코미디, 드라마 | 이탈리아, 프랑스 | 115 분 | -



부산영화제를 처음으로 방문하여 제일 먼저 본 영화는 영화의 전당 하늘연극장에서 상영한 압바스 키아로스타미 감독의 '사랑에 빠진 것처럼'. 작년에 키아로스타미 감독의 '사랑을 카피하다'를 재밌게 봤었고 중학생 때는 타의에 의하여 '체리향기'를 봤었는데 그 땐 아 이런 영화도 있구나 상 받는 영화는 이런가보다 했던 기억이 있다. '사랑에 빠진 것처럼'은 감독 본인을 제외하고는 일본 영화나 다름 없다. 제작사도 일본이고 로케이션 배우 모두 일본이니까..


어느 노인이 콜걸을 불렀다가 벌어지는 해프닝을 그린 소품 같은 영화인데 영화와 같은 제목의 삽입곡 'Like someone in love'의 재즈 분위기와 느릿느릿 잔잔한 일본 배우들의 자연스런 연기가 담긴 롱테이크가 잘 어울렸다. 포스터에도 보이듯이 차 안에 있으면서 동시에 유리창에 비친 도쿄의 풍경을 보여주는 씬이 많은데 특수효과를 쓰지 않으면서도 배우와 그 풍경을 오버랩으로 잡아내는 촬영이 인상적이었다.


3일 간 본 9편의 영화 중 유일하게 예매에 실패한 영화였으며 일찌감치 나머지 회차가 매진될 정도로 인기가 많았고 특히 GV 회차는 800석이 넘는 하늘연극장에서 했음에도 예매 직후 매진이 되었었다. 뒤늦게 겨우 표를 구해서 볼 수 있었는데 매진 사례의 이유는.. 나중에 알았지만 카세 료가 GV에 나오는 것이 한 몫하지 않았을까. 카세 료의 인기는 대단했다. 나는 모든 GV에 누가 나오는지도 몰랐지만 카세 료의 팬들은 그가 한국에 오는 걸 알고 있었으리라. 오쿠노 타다시 할아버지도 같이 나와서 GV를 했다. 타카나시 린은 상영 전에 간단히 인사만 하고 일본행 비행기를 타러 갔다.

카세 료는 압바스 키아로스타미 감독이 오디션을 한다는 얘기를 듣고 영화 내용 상관 없이 한달음에 달려 갔고 오쿠노 타다시는 주로 연극 무대에서 활동한 배우인데 키아로스타미 감독을 전혀 알지 못했으며 소속사 권유로 오디션을 보았다고 한다. 그리고 GV 얘기를 들어보니 압바스 키아로스타미 감독은 연출에 있어 홍상수 감독과 일면 비슷한 면이 있어 보였다. 적어도 이 영화에 있어서는. 배우에게 시나리오도 미리 안 주고 연기톤이 나지 않게 하기 위하여 연기를 하지 말라는 디렉팅을 했단다.. 



사랑에 빠진 것처럼

Like Someone in Love 
8.3
감독
압바스 키아로스타미
출연
타카나시 린, 오쿠노 타다시, 카세 료, 덴덴
정보
드라마 | 프랑스, 이란, 일본 | 109 분 | -




19곰탱이테드를 보았다. 원제는 간단히 'Ted'인데 센스 있는 수입 제목인 듯.


말하는 곰인형이라고 마냥 순진무구하란 법은 없고 주인 꼬마일 때 처음 만나 30년 가까이 살다 보니 맥주에 마리화나에 창녀 끼고 노는 게 일상이 된 테드와 그의 베프(주인)의 이야기. 음담패설 말하는 곰인형이라는 컨셉은 매력적이지만 사실 그 내용의 골자는 여자친구가 '곰이야? 나야?' 물어보는 와중에 갈등과 결심과 오해가 이어지는 이야기로 아주 친숙하고 예상 가능한 내용이긴 하다. 그래도 곰인형이기 때문에 재밌고 가능한 변형과 상황들이 재밌어서 그냥 그렇게 계속 투닥투닥 하며 가도 좋았을 것 같은데 후반부의 갑작스런 사건의 난입은 편의적으로 극적인 결말을 내기 위하여 서두르고 있는 것 같아 좀 아쉬웠다. 갑자기 어디서 많이 본 듯한 영화가 되어 버린 느낌. 그래도 19곰탱이의 언사는 유쾌발랄하기 그지 없다. 강남스타일 가사처럼 귀여운 외모와 화끈한 언행을 가진 그런 반전 있는 곰탱이. 완소 곰인형이다. 대사 중에 가수, 배우 등의 언급이나 까메오도 많아서 미국 대중 문화에 조금 관심이 있어야 테드의 음담패설을 더 만끽할 수 있을 것 같다.


추석 당일날 관람했었다. 그래서 가족, 친척(아마 오랜만에 만난 사촌이라든가..) 단위 관객이 대부분이었던 것 같은데 가족 친지와 볼만한 수준의 음담패설은 아닌 것 같다. 덕분에, 나는 C열쯤에 앉아서 내 앞에는 아무도 없었는데도 수위가 조금 높아질라치면(말하지만 꽤 높다. 오히려 노출은 적은 편인데 곰탱이가 인형을 빙자하여 하는 짓이 상상 초월이다.) 내 뒤에 꽉 찬 가족 친지 관객들의 웃지는 못하고 불편해 하는 표정이 그대로 느껴져 나는 한편으로 또 재밌었다.




19곰 테드 (2012)

Ted 
7
감독
세스 맥팔레인
출연
마크 월버그, 밀라 쿠니스, 세스 맥팔레인, 지오바니 리비시, 로라 밴더부트
정보
코미디 | 미국 | 106 분 | 2012-09-27




별 관심이 없었는데 이동진 평론가를 비롯하여 '극찬'을 하는 사람들이 있길래 개봉관도 많지 않아 급하게 찾아 봤는데 너무나 감동 받은 작품이다. 봤던 일본 애니메이션 중에 아주 재밌게 본 게 없었는데 '늑대아이'는 일본 애니메이션뿐 아니라 올해 본 영화들 중에서도 감동과 여운이 제일 짙다. '시간을 달리는 소녀'는 분명 봤었는데 잘 기억이 나지 않고 '썸머워즈'는 당연히 안 봤고.. 그래서 호소다 마모루 감독의 이 두 전작도 빨리 다시 보고 싶어진다.


일본어 원제는 '늑대아이 아메와 유키'. '하나(花)'가 아메(雨)'와 '유키(雪)'를 키우는 육아일기 드라마인데 처음엔 하나가 애들 아빠가 될 늑대인간을 만나는 로맨스로 시작한다. 당연히 가족사의 시작은 부모님의 로맨스이겠지. 이들의 만남도 잔잔하고 흐뭇한데 아이들이 태어나면서 본격적으로 '하나'의 육아일기가 시작된다. 처음 유아시절의 늑대아이 둘은 정말 너무너무 귀엽게 나온다. '늑대인간'이 아니라 '늑대아이'는 이렇게 귀여운 캐릭터가 될 수 있다.. 그리고 너무 아름다운 풍경들. 가족. 산. 하늘. 비. 눈. 특히 온 가족이 산 속에서 질주하는 장면은 3D를 동원한 1인칭 시점으로 또 다른 재미를 준다. 아이들 특성 때문에 누구한테 말도 못하고 혼자 모든 걸 해야 하는 '하나'는 정말 모성애의 끝을 보여준다. '엄마' 말고 다른 삶은 없는 '하나'가 어떻게 보면 정말 불쌍하지만 그래도 웃음을 잃지 않는 모습에 아이들의 성장기뿐 아니라 '하나'의 엄마되기도 정말 감동적이다. 그리고 아이들이 유년기가 되면서 생기는 또 다른 갈등들.. 그래도 '엄마'.


거의 영화 내내 흐뭇하고 슬프고 감동적이어서 계속 울먹울먹하고 끝나고도 너무나 가슴 먹먹하게 여운이 짙은 영화였다. 일본 극장 애니메이션 계에 조예가 깊지 않지만 미야자키 하야오 이후는 호소다 마모루다라고 하는 말이 있던데 그런 것 같고 그럴 것 같다.




늑대아이 (2012)

The Wolf Children Ame and Yuki 
9.1
감독
호소다 마모루
출연
미야자키 아오이, 오오사와 타카오, 쿠로키 하루, 니시 유키토, 오오노 모모카
정보
애니메이션, 판타지, 로맨스/멜로 | 일본 | 117 분 | 2012-09-13




베니스 영화제 황금사자상을 수상하여 한국 영화 최초로 3대 영화제 작품상 중 하나를 수상한 영화, '피에타'. 뜻은 포스터에도 있듯이 자비를 베푸소서이고 또한 성모 마리아가 예수님 시체를 안고 슬퍼하는 것을 표현한 작품도 피에타라고 하므로 주연배우 둘이 취하고 있는 포즈 자체도 제목을 표현한 것이라 할 수 있겠다. 그리고 김기덕 감독의 열여덟번째 영화이다.(필요한 정보는 다 있는 좋은 포스터..). 내가 본 건 두어편 되나 싶은데 김기덕 감독 영화가 특히 성적으로 불편한 내용으로 많이 알려져 있고 이 영화 역시 이래저래 보기 편한 영화는 아니다.


조민수가 여우주연상의 유력 후보였는데 역할 자체가 강렬한 연기를 보일 수 있는 역 같긴 한데 어쨌든 그걸 맡아서 해냈으니 대단하다. 사실 영화의 주된 내용과 주제와 모든 것이 조민수 역에서 이루어지므로 더 의미가 있다고 본다. 감독의 연출 특성상 아주 짧은 시간동안 이루어지는 촬영에 별로 NG도 없을 것 같고 피에타도 3주인가만에 촬영을 끝냈다는데 그런 정신 없는 와중에 한 편으로는 극도로 집중할 수 있는 짧은 시간 동안에 배우가 표현할 수 있는 잠재적인 것들이 나오지 않나 싶다. 그런 면에서 이정진의 연기는 사실 어색한 편에 가깝지만 우연인진 몰라도 그것이 '강도'역에 썩 어울린다. 사람을 만나도 사실상 교감이 없고 짐승과도 같이 사는 '강도'에게는 그런 것이 어울린다.


'엄마'가 이 후천적 싸이코패스를 용서하고 벌하고 구원하는 과정은 여느 스릴러 영화 못지 않게 흥미진진하지만 영화 전반적으로 쓰인 너무나 직접적인 상징이나 주제를 의식한 대사들은 영화를 좀 유려하지 못하게 만들고 있지 않나 싶다. 그래도 엔딩 씬은 강렬하면서도 일면 아름다움이 있는 아이러니를 가진 인상적인 장면으로 기억에 남을 듯 하다.


김기덕 감독 이러나 저러나 언제나 이슈를 들고 오는 감독이다. 이번에도 대형배급사 운운하며 작은 영화의 고충을 말하였지만 이번에 '피에타' 배급하는 N.E.W도 딱히 작은 배급사는 아닌 듯 한데.. 어쨌든 상 받고 이슈 되어 관객도 많이 들고 있고 하니 본인과 고생한 스탭들에게 다행이다.




피에타 (2012)

Pieta 
8.9
감독
김기덕
출연
조민수, 이정진, 우기홍, 강은진, 조재룡
정보
드라마 | 한국 | 104 분 | 2012-09-06





CJ가 이를 갈며 밀고 있는 작품인데 어떻게 제작자들이 영화 보는 눈이 없고 자신이 없어졌는지 기자 시사 등 뚜껑이 열리고 나서 좋은 반응을 확인하고 좋다고 개봉을 일주일 앞당겨 버렸다.. CJ는 뭐 이제 무슨 욕을 먹어도 이상하지가 않으니. 어쨌든 CJ의 연이은 망타를 끊어줄 작품이 것 같긴 하다. 대작 + 어느 정도 재미 + CJ 공격행보 = 올해 또 하나의 천만 관객 영화가 나올 수도 있을 것 같긴 한데 생각보다 그렇게 재밌진 않아서 또 모르겠다.


광해군 시절 기록이 소실되었다는 15일동안 일어난 일을 꾸민 이야기. 제목이나 뭐나 그냥 이병헌을 위한 영화다. 이병헌 연기 기대를 많이 했다. 이병헌이 처음으로 왕을 연기하는데 광해와 광해를 따라 하는 광대 하선 두 명을 잘 연기하긴 했지만 아무래도 광해가 카리스마 넘치는 멋진 역인데 광해의 비중이 적어서 조금 아쉬웠다. 특히 광해의 첫 등장 씬은 촬영도 연기도 정말 멋있었지만 그 뿐이었고 그 뒤로는 연기도 연출도 딱히 뭐. 그리고 박창이만큼 멋있지도 않았다.. 중전마마는 정말 아름답게 나오신다. 그래서 '12 부산영화제를 맞아 작년 부산영화제 개막작인 '오직 그대만'을 꼭 보기로 했다.


그 밖에 류승룡, 장광, 김인권, 심은경 다 두루 좋았고 영화는 웃긴 장면도 많지만 그게 주목적이 되어 내용은 정말 최소한으로 압축한 입체성을 가진 캐릭터와 갈등만을 보여주며 아주 남녀노소 보기 편한 얕은 영화가 되었다. 딱히 감동적이거나 긴장감이 넘치지도 않지만 웃긴 장면도 많고 후반에는 적절한 음악과 이병헌의 감동 연기톤을 따라 의도한 감정선을 조금 타주다 보면 지루하지도 않고 그야말로 무난히 끝난다.


'데이브' '카게무샤' 등 얘기가 많던데 왕자와 거지 모티브가 비슷하다는 것 밖에는 지향점이 전혀 다른 것 같으므로 직접 비교할 필요는 없어 보인다. 하지만 '카게무샤'를 어서 봐야겠다는 생각은 든다.




광해, 왕이 된 남자 (2012)

8.5
감독
추창민
출연
이병헌, 류승룡, 한효주, 김인권, 장광
정보
드라마, 시대극 | 한국 | 131 분 | 2012-09-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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