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6년에 강풀이 웹툰 '26년'을 그렸다. '26년'이라는 제목은 2006년이 광주민주화운동이 일어난 1980년으로부터 26년이 지났다는 의미이다. 실존 인물이 등장하지 않는 픽션이라는 주가 붙어 있지만 당연히 만화 속 인물은 전두환이다. 

그리고 2008년에 청어람이 '26년'을 원작으로 한 영화 '29년'을, 2009년 개봉을 목표로 제작한다고 발표하였다. '천하장사 마돈나'의 이해영 감독이 연출과 각색을 맡아 시나리오도 쓰고 캐스팅도 마친 상태였는데 크랭크인 직전에 투자금 문제로 영화 제작이 무기한 연기되었다. 네티즌들이 제작비 모금 운동을 벌이기도 했지만 허사였다.



<29년> 캐스팅. 진구, 천호진, 류승범, 김아중, 변희봉, 한상진


그렇게 시간은 흘렀고 올 초 다시 권칠인 감독을 물망으로 원작의 것과 같은 '26년'을 제목으로 하여 영화를 다시 제작한다는 이야기가 나오기 시작하였다. 그리고 네티즌을 대상으로 10억원의 제작비 조달을 위한 크라우드 펀딩을 실시하였으나 목표액을 채우지 못하여 모금액은 그냥 환불되었고 영화 제작은 또 다시 기약 없이 연기 되는 듯 했다. 그러나 크라우드 펀딩을 실시한 것이 이슈가 되어 이승환의 드림팩토리, 김제동 등을 포함한 개인투자자들로부터 20억원을 투자 받아 드디어 촬영을 시작하고 온라인 제작 두레도 다시 열어 7억원이 추가로 모였다.

연출은 맨 처음 '29년' 제작 때부터 참여해 온 조근현 미술감독이 맡았다. 각색을 먼저 맡은 것이 계기가 되어 연출까지 하게 된 조근현 미술감독은 이 영화로 입봉을 하게 되었다. 출연진으로는 진구, 한혜진, 임슬옹, 이경영, 배수빈, 장광, 조덕제 등이 새로 캐스팅 되었다. 그리고 드디어 영화가 완성되어 이번 주 개봉을 앞두고 지난주부터 먼저 제작 두레 참여자들을 대상으로 전국에서 대규모 시사회가 열렸다. 

지난주 토요일 신촌 아트레온에서 열린 시사회에 참석하였다.(아트레온은 수익성 악화로 조만간 CGV로 임대전환할 예정이라고 한다.) 신촌역 4번 출구에서 아트레온으로 올라가는데 시사회에서 받은 둘둘 말린 포스터를 들고 내려오는 사람들이 많았다. 아트레온에서는 토요일에만 세 관에서 2회차동안 시사회 상영을 하였기 때문에 시사회를 보러 온 사람들이 많았다. 다들 약간은 들뜬 분위기였다. 적게는 2만원, 5만원, 많게는 29만원씩 내어 우리가 만든 영화, 처음 영화가 만들어진다고 한 지 4년만에 제작된 영화를 드디어 볼 수 있게 되었기 때문일 것이다. 또한 모든 관에서 무대인사가 진행되기도 하여 주연배우들을 만나기 전 설렘도 있었을 것이다.


조덕제, 배수빈, 진구, 한혜진, 최용배 청어람 대표.

마상렬 역의 조덕제 씨가 극 중 캐릭터 때문인지 시종일관 저 자세로 있는 것이 인상적이었다.


사실 영화가 잘 나왔을 거라는 기대감은 별로 없는 편이었다. 일단 강풀 만화가 원작이기 때문이다. 지금까지 강풀 만화를 스크린으로 옮겨 호평을 받은 사례가 거의 없다. 이제는 '강풀 영화'라고 하면 원작의 묘미를 못 살린 재미 없는 영화라는 뉘앙스마저 느껴지게 되었다. 그나마 최근작 '이웃사람' 정도가 비교적 반응이 좋은 편이었다. '26년'도 이러나 저러나 어쨌든 '강풀 영화'이고 제작 과정에도 이래저래 난항이 많았으니 영화 완성도에 있어서는 별로 큰 기대가 들지 않았던 것이다. 그리고 실제로도 기대는 크게 틀리지 않았다. 원작에 비해서도 영화만 두고 봤을 때도 썩 만족스럽진 않다. 다만 그럼에도 영화의 처음부터 끝까지 참상의 먹먹함, 그 사람에 대한 분노, 끝나지 않은 상처들이 많이 느껴진다. 그런 면에서 이 영화가 개봉하고 빛을 보는 것만으로도 많은 의미가 있다고 생각한다.


결국 이제 내일이면 '26년'이 개봉한다. 많은 사람들이 이 영화를 볼 수 있었으면 한다.




엔딩크레딧 말미에 10분 넘게 이어지는 제작두레 참여자 명단.






26년 (2012)

7.6
감독
조근현
출연
진구, 한혜진, 임슬옹, 배수빈, 이경영
정보
드라마 | 한국 | 135 분 | 2012-11-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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