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랜만에 본 한국영화다. '설국열차' 이후로 처음인 것 같다. 그리고 모두에게는 오랜만에 본 장준환 감독의 영화다. '지구를 지켜라' 이후로 10년만이다.

키치적이며 컬트적인 인기를 보여준 전작과는 달리 신작 '화이'는 힘있는 스릴러 영화다. 많은 이들이 지적하듯이 이 '힘'에 이 영화의 일장일단이 담겨 있는 듯하다. 


일단 난 장점을 크게 봤다. 드라마의 무게와 그걸 표현하는 배우들의 연기가 인상적이었다. 125분이라는 다소 긴 러닝 타임과 하드보일드한 스타일, 긴 액션 씬들 그리고 그 속에 녹아든 배우들, 이 모든 것들이 보는 이를 짓누르는 드라마에 일조하고 있다. 이야기적인 측면에서는 올드보이 등에서 느낄 수 있는 박찬욱 감독의 감성이 조금 묻어나는 듯도 하다. 모든 주조연의 연기가 영화의 스타일과 잘 맞았다고 생각하고 다만 유연석이 거의 유일한 구멍이지 않았나 싶다. 이건 영화 외적인 이야기지만 김윤석, 이경영, 문성근은 장점이 뚜렷한 배우들인데 대체재가 없어 안타깝다. 배역이 자꾸 자신이 그동안 구축해 온 캐릭터에 묻혀 버린다.


'화이'는 힘의 장점 속에서 부산적으로 덜컹거리거나 좀 다듬어지지 않은 모습들도 보여주고 있다. 어깨에 너무 힘이 들어가 약간 세련되지 못하게 느껴지기도 하며 너무 많은 것을 보여주려 하고 있는 것 같기도 하다. 각본은 설명이 필요한 부분을 관객의 추측에 기대게 하면서도 가끔은 장황해지는 등 디테일의 일관성에 아쉬움이 있었다. '황해'처럼 러닝 타임을 줄인 감독판을 다시 낸다면 더 깔끔해질 면모가 있어 보인다. 


힘이 잔뜩 들어간 장준환 감독의 신작이, 처음 이슈화된 것에 비해서는 아주 많은 관객들의 관심을 받지는 못했지만 오랜만에 컴백하여 자신의 스타일을 한껏 보여준 영화라고 생각한다. 다음엔 직접 쓴 각본을 연출하면 좋을 듯 하다. '화이'의 각본은 박주석 작가가 데뷔작으로 쓴 시나리오였다. '밀양'을 촬영할 당시 박주석 작가가 조명부 스탭으로 일하며 각본을 쓰는 게 이창동 감독의 눈에 띄어 이창동 감독 제작사에서 영화가 만들어지게 되었다고 한다.


드디어 돌아온 장준환 감독이 뭔가 최동훈 감독과 나홍진 감독의 사이 쯤에 위치하여 비슷하게 필모를 쌓아가길 기대해본다. 그리고 몇 작품 뒤에는, 넘어가 버린 '타짜 2'의 아쉬움은 뒤로하고 '타짜 3'의 연출을 하면 더없이 좋을 것 같다. 그러려면 강형철 감독이 '타짜 2'를 잘 찍어줘야 할텐데..




화이 : 괴물을 삼킨 아이 (2013)

7.6
감독
장준환
출연
김윤석, 여진구, 조진웅, 장현성, 김성균
정보
액션, 스릴러 | 한국 | 125 분 | 2013-10-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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