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허트 로커'를 통하여 군인 한 명의 이야기로 전쟁의 참혹을 설명했던 캐서린 비글로우가 이번엔 오사마 빈 라덴을 추적하는 지난한 과정을 그린 영화 '제로 다크 서티'로 돌아 왔다. 작품상, 감독상 등 아카데미 6관왕에 빛나는 '허트 로커'에 이어 이번 영화도 아카데미 주요 부문에 노미네이트 되었다. 실제 사건을 바탕으로 영화를 그렸다는 데에 있어서 이번 아카데미 시상식의 또 다른 주요 후보인 '아르고'와도 비슷하다.(공교롭게도 두 영화 모두 많은 이들의 예상과 달리 감독상 후보에 오르지 못했다.)


제로 다크 서티'는 '허트 로커'와 비슷하게 자신의 일에 집요하게 파고 드는 주인공의 이야기이다. 이 영화도 어떻게 보면 일종의 전쟁 영화라고 할 수 있겠지만 주인공이 군인은 아니고 CIA 요원 '마야'(제시카 차스테인)이다. 거의 신참 수준으로 투입된 '마야'가 빈 라덴을 추적하는 과정에서 어떻게 캐릭터가 변해가는지 지켜보는 재미가 있다. 이 과정에서 보여지는 굉장히 사실적이고 디테일한 추적은 실제 작가와 감독의 방대한 취재를 통해 이루어질 수 있었는데 이야기와 캐릭터에 설득력을 높임과 동시에 다큐멘터리적인 요소로써 작용한다. '아르고'도 실화를 재구성했지만 철저히 재미를 추구한 극영화를 표방한 반면에 '제로 다크 서티'는 막으로 구성된 진행 등 어떻게 보면 추적 과정 자체를 보여주기 위한 다큐멘터리적인 성격이 더 강해 보이기도 한다. 따라서 영화 제작 도중 빈 라덴의 사망에 의한 영화 시나리오의 변경은 불가피한 일이었다. 원래 시나리오대로 사건이 미종결인 상태로 끝나는 것도 여운이 많았을 것 같은데 현실대로 빈 라덴이 잡힌 이 시나리오의 결말 씬도 흥미롭다. 김연우의 이별택시를 들려 주고 싶은 '마야'의 모습에서 또 다른 여운을 느낄 수 있기 때문이다.


이 영화에서 간과할 수 없는 것이 고문인데 영화 속 요원들이 심문을 하는 방법은 거의 고문이다. 우리나라에도 최근에 '남영동 1985' 같은 영화도 있었고 상당히 민감한 부분일텐데, 영화는 오바마 대통령이 티비에서 우린 절대 고문을 하지 않는다는 발표를 하는 장면을 통하여 냉소를 비치는 듯하면서도 전체적으로는 중립적이거나 어쩔 수 없다 정도의 옹호의 시각을 유지하고 있다. '허트 로커'가 반전(反戰)영화에 가까웠던 것을 생각하면 이 영화의 태도는 사뭇 다르게 보인다. 이런 논란 때문에 아카데미가 외면을 했다는 이야기도 있다. 물론 대량살상무기 같은 허수아비를 때리는 일보다야 빈 라덴을 비롯한 알 카에다 섬멸이 훨씬 의미 있고 필요한 일이었을 것이며 결국 성공했지만, 그 과정에서의 비윤리와 폭력의 발생이 이미 일어나버린 일인 반면 그를 바라보는 작가의 시선은 충분한 시간과 많은 생각 후에 나온 것이라는 점이 조금은 마음에 걸린다.





제로 다크 서티 (2013)

Zero Dark Thirty 
8.3
감독
캐서린 비글로우
출연
제시카 차스테인, 제이슨 클라크, 크리스 프랫, 조엘 에저튼, 카일 챈들러
정보
액션, 드라마 | 미국 | 157 분 | 2013-03-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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