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상수 영화. 그냥 이렇게 정의할 수 있을 것이다. 특히 쪽대본으로 제작하는 근작들에 한정하여 더 그렇게 부를 수 있을 것 같다. 주조단역들이 서로 좀 다른 이유로 아마추어 같거나 어색해 보인다면 그건 조금 다르게 생각하면 아마 너무 진짜 같아서일 것이다. 실제로 사람들의 대화와 행동들은 '연기'보다는 어색하기 마련이다. 물론 그렇다고 홍상수 감독이 디렉팅을 대충 한다고 생각하면 안 되는데 한 장면을 50테이크도 넘게 찍은 일화는 유명하다.

홍상수 영화 얘기를 하는 사람들을 보면 전작 얘기들을 많이 꺼내는데 나도 그러고 싶어진다. 감독의 영화 실험이 계속 연장선상에 있기 때문일 수도 있고 또는 그냥 영화를 보고 별로 새롭게 할 얘기가 없어서인 듯도 하다. 최근작 '옥희의 영화', '북촌방향', 그리고 '누구의 딸도 아닌 해원'까지 그 '분위기'가 굉장히 비슷하다. 반복과 변주 속에서의 인위적인 모호함을 통해 주인공의 삶을 인상주의적으로 바라본다. '다른나라에서'도 형식적으로는 비슷하지만 역시 '이자벨 위페르'의 출연해 의해 만들어진 외전 격으로 보는 것이 편할 것이다. 이번 작품에선 그 변주의 방법이 '꿈'이다. 그런 면에서 다른 최근작들보다는 주인공인 '해원' 한 명에게 집중하고 있어서 해원에 감정이입하기 쉬워진 것 같다.

'해원' 역의 정은채는 홍상수 감독이 원하는 바를 잘 해내는 배우인 것 같다. 키는 크지만 수수하고 예쁘지만 외로운 외모부터가 역할에 잘 어울린다. 물론 '해원' 역에 정은채가 뽑히고 정은채에 맞춰 '해원'이 변했겠지만.

혹자는 평론가들이나 이제 유일하게 남은 영화잡지가 자기 복제를 일삼는 홍상수 감독을 필요 이상으로 찬양한다며 양쪽을 다 비난하기도 하지만 감독이 자신이 할 수 있는 영화 실험을 계속 해 나가는 것도 의미 있지 않나 싶다. 칸의 홍상수를 향한 지속적인 러브콜도 고무적이라고 생각한다.

'모네'가 수련만 30년을 그리면서 하나의 사조가 된 것을 떠올리는 것이 오버일 수도 있지만, 분명히 비슷한 점이 있다.




누구의 딸도 아닌 해원 (2013)

Nobody’s daughter Haewon 
7.6
감독
홍상수
출연
정은채, 이선균, 김자옥, 기주봉, 김의성
정보
드라마 | 한국 | 90 분 | 2013-02-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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