많은 사람들이 그렇지만 어벤져스 시리즈 영화 중 제일 좋아했던 것이 '어벤져스'를 제외하고는 '아이언맨'이다. 로버트 다우니 주니어와 토니 스타크와 아이언맨 중 무엇이 좋다 말할 수 없을 정도로 캐릭터의 매력에 골고루 반했다. 그러나 '아이언맨 2'는 '어벤져스'의 대표적인 희생양이었다. 미키 루크는 '아이언맨 2'의 제작 방향에 대해 강한 비판을 한 바 있다. '아이언맨 2'는 그렇게 용두사미로 끝나는 '어벤저스'의 예고편으로 전락하였다. 다른 영화들을 예고편으로 전락시키고 배우 교체(에드워드 노튼) 등 논란도 많았던 '어벤져스'는 긴 산통 끝에 세상에 나왔다. 결과는 기대를 넘어선 흥행 대박이었다. '아바타', '타이타닉'에 이어 역대 전세계 흥행 3위의 기록을 낳은 것이다. 대체로 평도 좋았으며 나도 이 종합선물세트에 매우 만족했다.


그리고 어벤져스의 두번째 여정이 시작되었다. 그 첫 발은 '아이언맨 3'. 마블 시네마틱 유니버스 2기의 첫 영화로서 '어벤져스'라는 대작 직후의 영화이기도 하고 '아이언맨' 시리즈의 새 영화라는 사실만으로도 기대와 궁금증이 컸다. 포스터에서 페퍼가 들고 있는 망가진 아이언맨 마스크는 '다크나이트 라이즈'에서도 주제로 사용한 이미지이지만 그만큼 비슷하게 장엄하거나 심각한 분위기를 기대하게 하기도 하였다.


결론부터 말하자면 아쉬운 면이 크게 느껴졌다. 워낙 기대가 큰 탓에 아쉬움도 컸을지 모르겠으나 이래저래 좋은 점과 아쉬운 점이 많이 뒤섞여 있었다. 좋은 면은 역시 액션이다. 아이언맨 수트의 발전은 극 중 아이언맨에게도 꼭 필요했지만 다양한 액션 연출에도 매우 효과적이고 영리했다. 같은 아이언맨이면서도 기본적으로 전작들과 차별화된 다양한 모습을 보여주었다. 장면들을 보면 제일 멋졌던 건 낙하하는 사람들 구하는 장면이었고 오히려 클라이맥스 액션은 좀 산만한 느낌이었지만 물론 속도나 파괴력은 정신을 쏙 빼놓기에 충분했다. 아이언맨 쪽의 변화가 마음에 들었다면 빌런 쪽은 그 반대였다. 역대급 빌런으로 남을 만다린은 그렇다 치고.. 익스트리미스 설정 자체가 최첨단 하이테크놀로지의 아이언맨과 어울리지 않는다고 해야 하나 마음에 안 들었다. 좀비 영화를 보고 있나 싶기도 하고 너무 판타지스럽기도 하고.. 원작의 익스트리미스 설정을 차용하더라도 최대한 덜 판타지스럽게 연출할 수 있었을 것 같은데 아쉬운 점이었다. 스토리 측면에서도 '어벤져스' 이후에 어벤져스를 다루지 않으며 아이언맨의 이야기를 해내는 법을 잘 찾아냈으며 단순히 '어벤져스'의 존재를 무시하며 이야기를 진행하는 것이 아니라고 명백히 드러내는 자신감을 보이지만 정작 주제로 삼는 아이언맨의 불안보다 만다린과 테러의 미스테리에 너무 많은 시간을 할애하여 마지막에 다시 아이언맨에 대해 이야기를 할 때 너무 먼 길을 돌아왔다는 느낌을 받는다는 점에서 장단이 있다.


어떻게 보면 이번 영화도, '어벤져스'라는 그늘에 가리지 않고 제일 독립적이며 빛을 발했던 '아이언맨'만큼이나 '어벤져스 2'라는 새로운 그늘에 가려지지 않고 충분히 '아이언맨' 시리즈의 속편으로서 정체성을 발하고 있다는 점만으로도 대단하다고 할 수 있을 것이다. 그러면서도 또 분명히 지금 이 영화는 '어벤져스 2'로 방향을 향하고 있을 것이다. 어쩌면 이 영화에서 아쉽게 느껴지는 점들이 역시 '아이언맨 3'에서 '어벤져스 2'로 틀어진 방향의 불일치만큼일 수 있다는 생각을 하니 어쩔 수 없다고 느껴지면서도 그 아쉬운만큼을 '어벤져스 2'에서 보상받기를 기대하게 된다.




아이언맨 3 (2013)

Iron Man 3 
7.9
감독
쉐인 블랙
출연
로버트 다우니 주니어, 기네스 팰트로, 벤 킹슬리, 돈 치들, 가이 피어스
정보
액션, SF | 미국 | 130 분 | 2013-04-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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