결국 갔습니다 조엘 로부숑. 큰 맘 먹고 간 홍콩여행에서 미슐랭 3스타를 그냥 지나칠 수가 없네요.
세계 각국에 자신의 이름을 건 식당을 운영하는 조엘 로부숑 셰프는 미슐랭 별을 28개나 받아 최고 기록을 보유하고 있다고 합니다.
그 중 홍콩 센트럴 근처에 있는 라뜰리에 드 조엘 로부숑은 별을 3개 받은 곳입니다.
식당은 랜드마크 빌딩 4층에 위치하였는데 이렇게 전용 에스컬레이터가 있네요.
Le Jardin은 조용한 분위기에서 식사 할 수 있는 독립된 테이블이 마련된 공간이고 L'atelier는 스시야의 카운터 자리를 생각하시면 됩니다. 좀 더 편안하면서도 불편한(?) 자리죠. 점심 메뉴는 내용은 똑같은데 Le Jardin 쪽이 100불(=14,000원) 이상씩 비쌉니다.
이런 식으로 오픈 키친이 가운데 있고 그 주위가 다 좌석입니다. 그냥 거의 스시야와 같은 모양입니다. 다만 저희는 4인이어서 그런지 몇 개 있는 테이블로 안내 받았습니다. 카운터석과 같이 발이 땅에 닿지 않는 높은 의자라 아주 편한 자리는 아닙니다. 그래도 일행 넷이 음식 나눠 먹기 편해서 좋았습니다.
기본 세팅.
전체적으로 조명이 어두운데 테이블에만 밝은 조명이 있네요.
점심 메뉴판입니다. 누르면 확대되고요. 홈페이지(http://robuchon.hk/)에서도 자세한 메뉴판을 확인할 수 있습니다.
저희는 4코스(558불 + 10% = 86,000원) 두 개, 5코스(688불 + 10% = 106,000원) 두 개를 시켜서 6가지 메인을 포함한 모든 메뉴를 다 시켜 보았습니다. 아, 추가 요금이 나오는 치즈만 빼고..
좋은 식당에 생화 장식은 기본.
사과가 크기 별로 주루룩 나열된 장식품..
헉 처음 내 주는 건 그 유명한 빵바구니. 식전빵이라기엔 양이 어마어마하죠. 서버가 가지고 나오면서 먼저 바람잡이를 하네요 "오~~". 저희도 자연히 따라서 '우와..'. 버터 같이 나오고요.
잘 보시면 빵이 종류별로 사람 수만큼 있습니다. 아닌 것 같은 건 눈의 착각..이 아니라 벌써 몇 개 집어 먹어서.
갓 구운 미니 크로와상, 치즈빵, 베이컨빵, 바게뜨 등등 이걸 다 먹겠다는 건 욕심입니다. 코스도 결코 양이 적지 않았습니다. 행여나 적게 느낄만한 분들도 이 빵들이 있으므로 걱정 없고요..
이미 너무 맛있는 빵으로 요기가 되어 갈 때 나오는 아뮤즈 부쉬. 살구, 당근 등이 들어간 주스와 피쉬볼. 저 주스 위에 올라간 건 고춧가루 같습니다. 고춧가루 이외에도 홍콩 또는 아시아의 로컬 식재료와 요리법을 많이 쓰는 게 특징이었습니다. 물론 이 정도는 당근으로 해 줘야 미슐랭 3스타겠지요.
컵 안에 피쉬볼을 찍어 먹는 소스가 있습니다. 피쉬볼은 생선살의 맛이 많이 났습니다. 당연한가??
LES PETITS FARCIS
앙뜨레 1번. 에그 미모사, 토마토 모짜렐라, 가지 캐비어를 얹은 서양호박. 나눠 먹기 힘든 음식..
L’ARAIGNEE DE MER
앙뜨레 2번. 양상추에 얹은 스파이더 크랩. 옆에는 게맛살..? 아니고 게살. 앙뜨레 중, 좋은 의미로 제일 무난하고 평범했습니다.
LE FOIE GRAS
앙뜨레 3번. 푸아그라 큐브와 비프 젤리가 담긴 무(daikoin) 벨루떼. 차가운 크림 스프입니다. 역시 빨간 색은 고춧가루. 음식들에 쓰인 고춧가루는 거의 매운 맛이 나지 않고 색깔용인 듯 합니다.
LA VOLAILLE
스프 1번. 이름이 '가금류'네요.. 'Royan ravioles'가 들어간 닭고기 육수입니다. 자리에서 부어주시고요.
저 과자 같은 걸 육수에 넣으면 흐물흐물 해지는데 아마 유부나 이런 것 같습니다. 닭고기 육수는 면 넣어 먹고 싶은 진짜 닭고기 육수고요..
이게 'Royan ravioles' 인가보네요. 너무너무 귀여운 작은 라비올리입니다. 근데 육수를 먹다 보면 건더기 중에 미나리나 칡을 능가하는 씁쓸한 맛을 내는 무언가가 있는데.. 뭔지 모르겠습니다. 어쨌든 제일 특이한 요리였습니다.
LE CHOU-FLEUR
스프 2번. 이베리코 햄과 수란이 들어간 컬리플라워 벨루떼. 여기도 튜일이 올려져 있네요. 이건 그냥 평범한 튜일이었습니다.
수란이랑 다 섞고 나면 이렇게 되는데요. 절대 평범하지 않은 맛이었습니다. 컬리플라워 벨루떼라는게 아무래도 익숙하진 않으니.. 이러나 저러나 벨루떼도 좋고 수란도 좋은 저는 맛있게 먹었습니다.
한 쪽 천장을 보니 저렇게 고추를 담가 놨네요. 역시 고춧가루를 많이 쓴다 했어..
LE BLACK COD
생선 1번. 미소 소스를 곁들인 사케와 미림으로 숙성한 대구. 정말 맛있습니다. 살이 얼마나 윤기가 있고 부드러운지 감탄하며 먹었네요. 역시 대구는 맛있는 생선.. 사람들 영국 요리 다 맛없다 하는데 대구로 만든 피쉬 앤 칩스 정말 맛있게 먹었던 기억이 납니다.
이 윤기를 꼭 사진으로 담고 싶었습니다..
LE HOMARD
생선 2번. 산호 에멀전과 스펠트 리조또를 곁들인 메인(Maine) 랍스터 프리카세. 에멀전, 거품 이런 거 쓰는 걸 분자요리라고 하나요? 랍스터살이 맛있긴 한데 전 아직 랍스터에 큰 감흥이 없네요. 가격만 비싸고.. 그냥 중새우가 더 맛있는 것 같은데. 랍스터 제대로 하는 곳을 한 번 찾아 가봐야 겠습니다.
LE FLÉTAN
생선 3번. 매콤한 토마토 소스의 훈제 장어, 야채를 곁들인 팬에 구운 넙치. 저 수채화 같이 칠한 거.. 정말 맘에 드네요. 물론 다른 요리들도 플레이팅 멋진 건 더 말할 필요가 없고요. 부드러운 생선에 소스가 특히 잘 어울렸습니다. 로제 파스타에 쓰이는 토마토 크림 소스 같은 거였는데요. 이곳은 전체적으로 생선 요리들이 깔끔하고 좋았네요.
LE PORC IBERIQUE
고기 1번. 허브와 버섯을 곁들인 이베리코 등심. 돼지가 부위가 담백하고 허브까지 곁들이니 정말 깔끔했습니다. 음식들이 대체로 느끼하고 맛이 진한 편인 가운데 혼자 고고하게 기름기를 쫙 뺀 돼지고기.. 버섯은 귀엽기까지 하네요.
이제 그 문제의(?) 매쉬 포테이토인데 메인요리들에 사이드처럼 하나씩 나옵니다. 비주얼만 봐서는 버터 같은데.. 맛도 버터 같습니다. 버터만 퍼먹기는 너무 느끼하니까 감자를 좀 섞은 듯한 느낌인데.. 이미 배가 잔뜩 부른 상태에서는 별로 손이 안 가더군요. 배고플 때 주면 잘 퍼먹을 수 있을 것 같은데 말이죠.
LE CANARD
고기 2번. 튜일, 진저스틱을 올린 복숭아를 곁들인 샬랑(Challans) 오리 가슴살. 복숭아와 오리, 잘 어울리는 조합. 복숭아 자체도 맛있네요. 근데 심지어 복숭아도 조금 느끼합니다.. 생강을 얹은 이유가 있었어.
LA JOUE DE VEAU
고기 3번. 폴렌타를 곁들인 브레이징한 송아지 볼살. 서버 분이 너무 귀엽게 자기 볼을 집으면서 볼살이라고.. 브레이징한 고기는 결대로 죽죽 찢어집니다. 폴렌타라는 건 일종의 옥수수죽이라는군요. 매쉬 포테이토(일반적인..) 비슷한 식감.
여섯가지 메인을 한 상에 차려 놓으니 정말 푸짐하더군요. 느끼하네 어쩌네 하면서도 싹 다 먹어버린..
하지만 아직 디저트가 또 한참 남았네요..
LA FLEUR DE CHOCOLA
디저트 1번. 초콜릿 슈가도우, 초콜릿 거품, 초콜릿 가루, 초콜릿 아이스크림. 꽃까지 화이트 초콜릿으로 화룡점정. 소싯적에 좋아하던 베니건스 데스 바이 초콜릿과 유사한 감성. 올 댓 초콜릿. 최고!
LE MONT BLANC
디저트 2번. 블랙베리 젤리, 바닐라 아이스크림을 곁들인 몽블랑. 아이스크림 위 머랭이나 저 바닥에 녹은 듯한 젤리 등 엄청 세심하게 신경 쓴 듯 보이는 메뉴이나 큰 임팩트는 없었던..
LE CAFE
디저트 3번. 오렌지 컴포트, 마스카포네 크림, 커피 아이스크림. 티라미수를 표현한 것 같다는 일행의 말씀.. 마스카포네가 티라미수에 대표적으로 쓰이는 치즈죠. 커피, 마스카포네까지는 익숙한 조합인데 여기에 오렌지 정말 괜찮았습니다. 초콜릿 디저트는 초콜릿이라 당연히 맛있었고 이 디저트도 인상적이었습니다. 그러고 보니 오렌지를 넣은 커피를 파는 곳들 본 적이 있던 게 생각이 나네요. 나만 모르는 조합이었던 건가.. 마음에 들어서 집에서도 간단히 시도해 보고 싶습니다. 커피+오렌지 주스?
커피
티도 시켜볼 걸하는 생각이 이제 드네요. 다 커피만 먹음.. 우유, 설탕 등과 함께 카라멜 시럽도 주는 것이 특이했고요. 이 커피의 아이덴티티는 신맛이었습니다. 거부감이 드는 산미는 아니었는데 조금 더 썼으면 밸런스가 좋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많이 아니고 조금만이라도..
쁘띠 프루
로즈 마카롱, 미니 마들렌. 쁘띠 프루까지 감동입니다.
은단인가? 그냥 구슬이겠지~ 하고 농담하다가 진짜 뭐지 하고 하나 입에 가져갔더니 초콜릿이었습니다. 그대로 나머지도 털어 넣어버렸습니다..
십만원 가까이 하는 런치 코스가 끝났네요. 미슐랭 3스타라고는 하지만 좀 비싸다는 생각이 들면서도 식전빵부터 쁘띠 프루까지 요리 하나하나에 들어간 플레이팅과 정성에 감탄하였고 전체적으로 양도 많은 편이라 만족하였습니다. 몇 가지 메뉴는 도전정신이 필요할 정도로 특이하긴 했으나 이상하다기 보다는 생소하고 독특한 느낌이라 오히려 개성이 뚜렷하다고 느껴져 좋았습니다.
처음 가 본 홍콩인데 홍콩 자체도 좋아서 자주 가고 싶고 다시 가게 된다면 분명 조엘 로부숑도 다시 들르지 않을까 생각합니다. 운이 따른다면(금전운..?) 저녁 메뉴에 도전해보고 싶기도 하고요.
또한 미슐랭 이야기를 할 때마다 드는 생각인데 우리나라도 충분히 미슐랭 별을 받을 식당들이 많지 않나 합니다. 미슐랭 가이드가 없다고 우리나라 식당들이 맛없고 미슐랭 별을 받는다고 그 식당들이 갑자기 달라지는 것도 아니지만 우리나라에도 충분히 괜찮은 식당이 많다는 방증으로서 미슐랭 가이드가 들어왔으면 좋겠네요.
L'Atelier de Joel Robuchon
Shop 401, The Landmark, Central, Hong Kong
(852) 2166 9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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