처음 티저가 나왔을 때부터 기대를 많이 했다.
<범죄의 재구성>, <타짜> 워낙에 좋아했으니까.
하지만 생각했던 것과는 많이 달랐다.
어쩔 수 없이, '한국의 오션스 일레븐'이 나오겠구나 생각이 들었었던건데
나쁜 건 아니고 그냥 예상했던 거랑 다른.

일단 '한국의'가 아니었던 거는
이거슨 사실 거의 홍콩 영화..
로케이션도 거의 홍콩, 마카오 쪽이고
대사도 기분 상으로는 반 이상이 중국어에 광둥어, 일본어, 영어도 섞이고..
이건 사실 좀 아쉬웠던 부분인데
내가 <괴물>을 아주 좋아하는 이유 중 하나가
'한강'에서 벌어지는 아주 한국적인 영화이기 때문인 것인데
<도둑들>은 장르적으로는 홍콩 영화라고 보는 게 차라리 맞는 것 같다.
나쁜 건 아니지만 아쉽긴 함.
내년에도 박찬욱, 봉준호, 김지운, 류승완 다 국제적인 영화를 들고 나오시기 때문에..

그 다음 '오션스 일레븐'이 아니었던 거는
<도둑들>은 스토리나 도둑질 자체보다는
캐릭터와 캐릭터들의 관계에 더 치중하는 것 같다는 점.
생각해보면 애초에 주연이 10명일 때부터 그럴 거라 생각했어야 하긴 했다.
그래서 거의 중후반 넘어가면서 각자들의 사연이나 관계 같은걸
자연스러운 타이밍에 보여줄 때까지는
심지어 '도둑들'이 계획 짜고 실행 하는 것도 막 그렇게 흥미진진하진 않다..
다만 캐릭터의 사연 말고도 캐릭터 자체로도 다들 매력적이라 그건 처음부터 좋았다.
그리고 오히려 의외로 액션이 인상적.. 탐 형 저리가라 줄타기 액션.

심심한데 주저리주저리 다 써보자면
뭐 역시 최고 수혜자는 전지현이고.
배트맨에게 캣우먼이 있다면 우리에겐 예니콜이 있다! 네..
알다시피 <엽기적인 그녀> 이후로 최고의 호평과 관심.
다음 작품도 류승완 감독 <베를린>인데 기대해 본다.
김윤석이랑 김혜수는 어디서 많이 본 것 같은 캐릭터이지만
그것들이 다행히 질리지 않으니 만족이고.
아 다만 김윤석은 그래도 좋은 쪽 김혜수는 아쉬운 쪽.
김수현도 좋았다. 연기는 모르겠고 캐릭터가.
음 그렇다면 잠파노가 좋았다고 해야겠군..
오달수는 자기 실력만큼 마음껏 웃기진 못한 것 갈고
임달화랑 김해숙 중년 분들 역시..
최근에 <박쥐>를 다시 봐서 그런가 김해숙은 정말..
누가 김해숙을 엄마 전문 배우라고 했나. 아 <박쥐>에서도 엄마..긴 하지만.
이정재는 그냥 자기 몫은 한 것 같고 
아, 이신제도 정말 좋았다.
정말 예쁘시고 김혜수랑 대사 주고 받는 것도 좋고 '줄리'의 마지막 대사도 좋고..
한 명이 빠진 것 같기도 하지만 뭐.

역시 재밌는 대사나 다양한 캐릭터 때문에
다시 봐도 재밌을 것 같긴 하지만
<범죄의 재구성>, <타짜>와 같은 선상에 놓아줄 수는 없는..
다만 더없이 누구나 재밌게 볼 수 있는 영화.
애초에 그거였다. 맘대로 기대한 것이 잘못이랄까.

p.s 코엑스 M2관을 접수.
아이맥스 2D랑 같은 가격(12천)이라니 뭔 생각인가..했는데
<도둑들>로는 크리스티 영사기, 마이어 사운드를 느끼기엔 부족하지 않나 싶어서
TDKR을 여기서 다시 보거나 다른 헐리웃 블록버스터를 봐야
M2관의 진가를 느끼거나 그래도 느끼지 못하거나 할 듯 하지만
원래도 M관이 사운드는 괜찮았고
시네마스코프 스크린인 걸 감안하여도 아이맥스, 스타리움의 대형 스크린에 비해 크기가 좀 초라한 걸 생각하면 역시 가격 인상은 좀 오버가 아닌가..
오히려 M2관의 런칭이 아이맥스 4K화에 가속을 더해줄 것 같아 기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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