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전] 스시호산
드디어 스시호산을 다녀왔습니다.
지금 우리나라에서 제일 예약이 힘든 식당 중 하나.
그나마 평일 점심에 대기를 걸어 놓았다가 오전에 전화 받고 바로 점심에 방문하여 원래 예약일보다 빨리 가 볼 수 있었습니다.
기본 세팅.
모든 스시에 간장 등이 발려 나와 간장 종지는 따로 없고
저 소금은 좀 있다 처음에 나올 전복 찍어 먹고 나면 바로 가져가시네요..
또한 스시를 손으로 집어 먹을 사람을 위한 물수건도 보입니다.
살짝 카운터 안쪽을 보면 모든 식기와 도구들이 정갈하게 놓여 있습니다.
차례로 놓인 사시미칼들은 압도적..
생와사비도 보이네요.
짧고 굵은 커리어. 신라호텔 아리아케 12년..
아리아케를 앞으로도 제 돈 주고 가 볼 날이 올지 모르겠지만 이승철 셰프님이 이렇게 대전에 계시니 안 가봐도 되지 않을까 합니다.
스시호산이 생긴지 이제 1년께 된 걸로 아는데 메뉴는 저렇게 확정된 것 같습니다.
점심 스시, 저녁 오마카세.
스시재료만큼은 타협하지 않으시면서도 가격만큼은 큰 타협을 하신 감사하신 셰프님..
찐 전복
그리고 옆에는 그 자리에서 갈아주는 생와사비.
와사비 얹어서 소금 찍어 먹습니다.
일종의 애피타이저? 처음부터 감동 먹고 들어갑니다..
차완무시
단호박만 들어갔는데 엄청 맛있네요. 좀 더 주지 하는 생각 들 정도..
이제 본격적으로 스시 타임.
광어
간장이 발라져 있고 위에 올라간 건 뭘까요.. 무인 듯.
그리고 안에 살짝 비치는 녹색은 와사비가 아니고 허브잎파리.
첫 스시 광어 한 점을 먹고 그동안 너무 투박한 초밥만 먹어왔음을 알았습니다.
네타와 샤리가 하나의 완전한 음식을 이룬 이것이 초밥이구나.. 약간 드라마틱하게 표현하면 이런 느낌?
도미
잘 몰라도 아 좋은 재료 썼구나 느낄 수 있습니다. 흰살 생선들이 숙성이 굉장히 잘 되었다는 생각.
단새우
모양이 동글동글한 것이 귀엽네요.
뭐지 얘는.. 맛있는 거.
갯가재
강하게 생긴 놈..
우니동
제주도 성게알입니다. 그리고 자개 숟가락.. 처음 보는 아이템.
한 입에 먹을까 비벼 먹을까 하다가 얌전히 비벼 먹었습니다.
일행이 시킨 산토리 생맥주에 같이 나오는 새우머리튀김. 짭쪼롬하더군요.
감기기운이 있어서 술 안 먹었는데 다음엔 꼭 맥주든 사케든 소주든..
광어
다시마에 절인 광어.
아까미
쫀득하니 맛있습니다. 도로도 아닌 것이 와사비가 저렇게 올라가도 단맛만 남기네요.
도미 뱃살
가이바시라(feat. 우니)
제 손에 직접 전달해 주시던.. 불질한 가이바시라에 우니. 극강의 조합, 다이나믹 듀오 수준..
도로
초밥의 왕의 위엄 있는 자태. 위에 와사비조차 얹지 않은(물론 안에..) 온전한 도로의 모습.
오징어 튀김
오징어 등 해산물을 갈아서 튀기고 낫또소스를 올린 건데..
원래 낫또 싫어하지도 않지만 튀김과 낫또가 이렇게 잘 어울리는 건 의외이네요. 정말 맛있습니다.
시메사바
이게 하꼬스시라는 건가요, 상자초밥..
어떻게 만드는지 보고 있으면 재밌습니다. 다시마 깔고 고등어 깔고 밥 넣고 김밥발로 네모낳게.. 원래 이렇게 만드는 건가요??
어쨌든 난 왜 이렇게 시메사바에 정신을 못 차리는지.. 하나를 꼽을 순 없겠지만 시메사바는 정말 맛있었습니다.
일반 스시와 다르게 저렇게 생선이 모든 면에 쌓여 있으니 생선 씹는 맛이 훨씬 더해지고 입 안에 꽉 차서 좋더군요.
더 좋은 건 두 점이나 주셨다는 거..
뭔가 세콘디 전에 나오는 소르베 느낌? 왜 지금 나왔니 장국아
도로 아부리
이번엔 아부리한 도로. 도로가 갈려있진 않지만 파가 올라가 있으니 일종의 네기도로..
아나고
앞의 것은 소금과 유자껍질. 뒤의 것은 소스.. 소금간의 것부터 먼저 먹습니다.
녹는 아나고 아니고 바삭한 아나고이네요.
교꾸
교꾸를 받았을 때 기분: 아 벌써 이렇게 끝인가..
근데 교꾸가 크기도 큼지막하고 쫀득하니 맛있네요. 여기도 생선살이 들었다는 듯.
마끼
후토마끼를 약간 기대한 것도 같지만.. 깔끔한 마무리.
후식
정직한 비주얼, 팥과 녹차아이스크림.
녹차
그리고 녹차. 쌉싸름합니다.
잔이 정말 특이.. 돌 하나를 푹 박아서 손잡이를 만들었네요.
가지고 싶다 얼마쯤 할까 아마 먹은 초밥보다 비쌀지도, 이런 잡생각.
이쑤시개 통이 귀엽네요. 이쑤시개도 아마 깎으셨는 듯.. 사용하진 않았습니다.
레몬..?
마치 레스토랑에 손 씻는 물 나왔는데 어떡하지 하다가 마셨다는 전설 같은 이야기처럼 어리둥절하며 먹는 건가? 그럴 리가 없잖아 생각을 하며..
초밥을 젓가락으로 먹어서 더더욱 알 길이 없었습니다. 초밥을 손으로 먹고 나서 손의 냄새를 닦으라고 주는 레몬이라고 합니다. 이렇게 또 하나 배웁니다..
최고 수준의 스시를 이런 가격에 먹을 수 있어 좋았습니다.
또 먹으려면 바로 또 예약을 해야 하나 싶네요.
아주 기분 좋을 때.. 저녁에 오마카세 먹으러도 한 번 가보고 싶고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