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곰 테드(Ted)'
19곰탱이테드를 보았다. 원제는 간단히 'Ted'인데 센스 있는 수입 제목인 듯.
말하는 곰인형이라고 마냥 순진무구하란 법은 없고 주인 꼬마일 때 처음 만나 30년 가까이 살다 보니 맥주에 마리화나에 창녀 끼고 노는 게 일상이 된 테드와 그의 베프(주인)의 이야기. 음담패설 말하는 곰인형이라는 컨셉은 매력적이지만 사실 그 내용의 골자는 여자친구가 '곰이야? 나야?' 물어보는 와중에 갈등과 결심과 오해가 이어지는 이야기로 아주 친숙하고 예상 가능한 내용이긴 하다. 그래도 곰인형이기 때문에 재밌고 가능한 변형과 상황들이 재밌어서 그냥 그렇게 계속 투닥투닥 하며 가도 좋았을 것 같은데 후반부의 갑작스런 사건의 난입은 편의적으로 극적인 결말을 내기 위하여 서두르고 있는 것 같아 좀 아쉬웠다. 갑자기 어디서 많이 본 듯한 영화가 되어 버린 느낌. 그래도 19곰탱이의 언사는 유쾌발랄하기 그지 없다. 강남스타일 가사처럼 귀여운 외모와 화끈한 언행을 가진 그런 반전 있는 곰탱이. 완소 곰인형이다. 대사 중에 가수, 배우 등의 언급이나 까메오도 많아서 미국 대중 문화에 조금 관심이 있어야 테드의 음담패설을 더 만끽할 수 있을 것 같다.
추석 당일날 관람했었다. 그래서 가족, 친척(아마 오랜만에 만난 사촌이라든가..) 단위 관객이 대부분이었던 것 같은데 가족 친지와 볼만한 수준의 음담패설은 아닌 것 같다. 덕분에, 나는 C열쯤에 앉아서 내 앞에는 아무도 없었는데도 수위가 조금 높아질라치면(말하지만 꽤 높다. 오히려 노출은 적은 편인데 곰탱이가 인형을 빙자하여 하는 짓이 상상 초월이다.) 내 뒤에 꽉 찬 가족 친지 관객들의 웃지는 못하고 불편해 하는 표정이 그대로 느껴져 나는 한편으로 또 재밌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