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멘토(Memento)'
배트맨 3부작을 잇달아 복습과 관람을 하고 나니 전작들이 문득 다시 보고 싶어졌다.
그래서 찾은 것이 크리스토퍼 놀란 감독이 본격적으로 유명해지게 된 계기인 영화, '메멘토'이다. 2000년작.
일종의 소품으로 '인셉션'도 배트맨 시리즈 사이의 블록버스터 소품(?)이라고 할 수 있다.
(놀란 감독의 장편 데뷔작은 '미행'이다. 아직 보지 못했는데 dvd도 출시되어 있고 곧 봐야 겠다.)
역시 오래 전에 봤던지라 특유의 복잡한 구성과 얼개만 기억이 나고 자세한 내용은 기억이 안 나서
거의 처음 보는 기분인, 하지만 이해는 비교적 수월하게 되는 재감상이었다.
위키피디아 메멘토 항목을 보니 타임라인을 그래프로 그려 놓았다.
그래프로 보니 이걸 보고 이해하라고 만든 영화인가.. 싶다.
그리고 IMDB에서 내가 봤던 중 제일 FAQ 항목이 많은 영화다.
그만큼 보고 나서도 궁금증 투성이고 이해가 쉽게 안 되는 영화.
물론 보는 사람이 전향성 기억상실증을 가진 사람과 같은 기분을 체험하게 해준다는 점에서 기막힌 연출이다.
하지만 관객 입장에서 결국엔 그 조각들을 모아 전체 내용을 이해하고 싶기 때문에.. 머리에 쥐가 나려 하기 마련이다.
그런 사람들을 위하여 DVD에는 시간 순으로 편집된 버전도 수록이 되어 있다.
비극적인 '상태'를 가진 이 남자가 사는 법은 결국 '시스템'이다.
요즘 이런 생각을 많이 하던 차에 이 남자가 사는 법은 흥미로웠다.
개인 또는 사회가 잘 굴러가게 하는 원동력은 역시 의지보다는 시스템이 효과적이거나 혹은 잘 만들어진 시스템 하에서만 가능한 경우도 있다.
레니도 그렇다. 문신과 습관을 이용하여 잊어도 또 잊어도 자신이 살아갈 수 있는 시스템을 만들었다.
하지만 이 영화의 반전이라고 하는 내용도 역시 결국 시스템..
나름 잘 굴러가고 있다고 생각했지만, 마치 MIB의 농담처럼 이 은하계가 그냥 구슬 하나에 불과하듯
더 큰 음모가 도사리고 있었던 것.
결국 답은 시스템이지만 당연히 악용될 수도 있고 완전히 속이기도 쉽고 한 번 갖춰지면 빠져나오기도 어려운 것. 역시 세상은 몇몇 천재가 이끌 뿐인 걸까.
이렇게 얘기하고 보니 자연스레 '매트릭스'와도 맞는 설명이다.
'매트릭스' 트릴로지도 다시 보고 싶어져 '애니 매트릭스'부터 다시 보기 시작했는데 결국 이 쪽도 비슷한 얘기다. '매트릭스'라는 엄청난 시스템에 대한 이야기..
어쨌든 나도 더 열심히 살아가기 위해 내 생활의 시스템을 만들어야겠다는 생각을 한다.
뭐 간단히는 생활계획표나 물건의 배치 같은 것이겠지.
노력은 쉽게 지칠 수 있다. 한 번 만들어 놓고 나면 그런대로 굴러가는 그런 시스템이 필요한 요즘이다.